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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의 수필 통곡헌기 해석 해설

by bloggermin2 2023. 3. 20.

안녕하세요, 문학정보입니다.

오늘은 수필.민속극 중  허균의 수필(기) 통곡헌기 [2] 작품을 배워보도록 하겠습니다.

수필.민속극의 작품의 주제 내용은 통곡헌 내력과 시대비판 입니다. 그럼 상세한 내용은 밑에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허균의 수필 통곡헌기

허균의 수필 통곡헌기

 

허균의 수필, 통곡헌기(慟哭軒記)

내 조카 친(親)이란 자가 자신의 서실(書室)을 짓고 편액을 통곡헌(慟哭軒)이라 달았다. 사람들이 모두 크게 웃으며,
 “세상에 즐거울 일이 무척 많은데 어째서 통곡으로써 집의 편액을 삼는단 말이오? 하물며 통곡하는 이란 아버지를 여읜 자식이거나 아니면 사랑하는 이를 잃은 부녀자인 것이며,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듣기 싫어하는데, 그대만 혼자 사람들이 꺼리는 바를 범하여 거처에다 걸어 놓는 것은 어째서인가?” 했다.
 친은,
 “나는 시속의 기호를 위배한 자다. 시류가 기쁨을 즐기므로 나는 슬픔을 좋아하고, 세속 사람들이 흔쾌해하므로 나는 근심해 마지않는 것이다. 심지어 부귀와 영화에 있어서도 세상이 기뻐하는 바이지만, 나는 몸을 더럽히는 것인 양 여겨 내버리고, 오직 빈천하고 검약한 것을 본받아 이에 처하며, 반드시 일마다 어긋나고자 한다. 그래서 세상이 항상 가장 싫어하는 바를 택하고 보면 통곡보다 더한 것이 없으므로, 나는 그것으로써 내 집의 편액을 삼는 것이다.” 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비웃던 여러 사람들에게,
 “무릇 곡하는 데도 역시 도(道)가 있소. 대체로 사람의 칠정(七情) 중에서 쉽게 움직여 감발(感發)하는 것은 슬픔만 한 것이 없소. 슬픔이 일면 반드시 곡을 하는 것인데, 슬픔이 일어나는 것도 역시 단서가 여러 가지이지요. 그러므로 시사(時事)를 행할 수 없는 것에 상심하여 통곡한 이는 가태부(賈太傅)요, 흰 실이 그 바탕을 잃은 것을 슬퍼하여 곡을 한 이는 묵적(墨翟)이요, 갈림길이 동서로 나뉜 것을 싫어하여 운 것은 양주(楊朱)요, 길이 막혀서 운 것은 완보병(阮步兵)이었으며, 운명이 불우함을 슬퍼하여 자기를 세상 밖으로 내쳐 정을 곡(哭)에 부친 자는 당구(唐衢)입니다. 이들은 모두 품은 생각이 있어서 운 것이지, 이별에 상심하고 억울한 마음을 품으며 하찮은 일로 해서 아녀자의 통곡을 흉내 낸 사람들이 아닙니다. 오늘날의 시대는 그들의 시대에 비해 더욱 말세요, 국사는 날로 그릇되고, 선비들의 행실도 날로 야박해져서 친구들 사이에 배치되는 것도 갈림길이 나뉜 것보다 더하며, 어진 선비가 고생을 겪는 것도 비단 길이 막힌 것뿐만 아니어서, 모두 인간 세상 밖으로 도망해 갈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만약 저 몇 분의 군자로 하여금 이 시대를 목격하게 한다면 어떤 생각을 품게 될는지 모르겠소. 아마도 통곡할 겨를도 없이, 모두 팽함(彭咸)이나 굴대부(屈大夫)처럼 돌을 끌어안거나 모래를 품고 투신자살하고자 할 것이오. 친이 서실 편액을 통곡이라 한 것도 역시 이런 생각에서 나온 것이니, 여러분은 그 통곡을 비웃지 않는 것이 옳겠소.”
하였다. 비웃는 자가 알아듣고 물러가므로 인하여 기(記)를 만들어 뭇 의심을 풀게 하는 바이다.
 허균, 「통곡헌기(慟哭軒記)」

* 편액(扁額) : 종이, 비단, 널빤지 등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써서 방 안이나 문 위에 걸어 놓는 액자.
* 가의(賈誼) : 중국 전한(前漢) 문제 때의 학자 · 정치가. 유학과 오행설에 기초를 한 새로운 제도의 시행을 주장함.
* 묵적(墨翟) : 묵자. 중국 춘추 전국 시대 노나라의 사상가 · 철학자. 무차별적 박애의 겸애(兼愛)를 설파하고 평화론을 주장함.
* 양주(楊朱) : 중국 전국 시대의 학자. 노자 사상의 일단을 이은 염세적 인생관으로 자기중심적인 쾌락주의를 주장함.
* 완적(阮籍) : 중국 삼국 시대 위(魏)나라의 사상가 · 문학자 · 시인.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으로 노장의 학문을 연구했으나 정계에서 물러난 후 술과 맑고 고상한 이야기로 세월을 보냄.
* 당구(唐衢) : 당나라 중엽의 시인. 비통한 내용의 시문을 읽고 나면 반드시 곡을 했다고 함.
* 팽함(彭咸) : 은나라 현인. 왕에게 간언했는데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물에 뛰어들어 자살했다고 전해짐.
* 굴원(屈原) : 중국 전국 시대 초나라의 정치가 · 시인. 모함을 받아 자신의 뜻을 펴지 못하다가 강물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음.

핵심정리
▶갈래 : 기(記)
▶성격 : 교훈적, 논리적, 성찰적
▶제재 : 통곡헌의 의미
▶주제 : 통곡헌의 내력과 시대에 대한 비판
▶특징 
문답을 통해 고정 관념을 깨는 새로운 인식을 드러냄.
중국의 고사에 나오는 인물들의 사적을 인용해 자신의 주장을 강화함.
통념에 대한 역설적 인식을 바탕으로 세태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이해와 감상
 통곡헌기는 글쓴이 허균의 조카 허친이 집 이름을 통곡헌이라고 짓게 된 내력과 그에 대한 허균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글로, 고정 관념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깨우치기를 바라며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글쓴이는 불우한 시대를 맞아 비극적인 삶을 산 가의, 묵적, 양주, 완적, 당구 등의 예를 들어 이들이 곡하는 것은 일반 아녀자들의 곡과는 다르게 시대의 아픔을 맞아 깊은 생각이 담겨 있는 곡이라 하면서, 오늘날의 세태를 본다면 이들조차도 곡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하며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자신이 사는 시대가 매우 불우한 시대임을 드러내면서, 이러한 불우한 시대를 맞아 통곡헌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오히려 가장 적절하다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더 알아보기
▲가의, 묵적, 양주, 완적, 당구의 공통점
제시된 인물들은 모두 깊은 생각이 있어서 통곡한 사람들이다. 여기서 깊은 생각이란 세상에 대한 깊은 생각을 말하는 것으로, 이들은 모두 세상을 깊이 통찰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글쓴이는 이들이 하는 곡은 일반적인 곡과는 다르다고 보고 있다.

▲관련작품 : 슬픔이 기쁨에게, 정호승/역설적 발상이 나타난 작품
슬픔과 기쁨을 의인화하여 시상을 전개하고 있는 시이다. 이 시에는 사랑에 무관심하며 남을 위해 눈물 흘릴 줄도 모르는 인정 없는 사람들이 이웃들의 고통과 슬픔을 알고 소외된 사람들을 사랑하게 되기를 바라는 화자의 마음이 담겨 있다. 슬픔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깨달음을 준다는 역설적 발상이 통곡헌기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통곡헌기에 나타난 교술 갈래의 특징
*실제로 존재하는 구체적인 사례를 다양하게 제시하면서 그로부터 유추하여 자신의 주장을 간접적으로 제시함.
*사건의 의미를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평가하여 독자에게 주제를 전달하는 역할을 함.
*허친의 사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주장하여 독자들에게 선명한 인상을 줌.

▲허균의 비판 의식
허균의 사회 비판 의식은 그의 스승 이달에게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달은 뛰어난 재주와 빼어난 글씨를 자랑한 당대의 문장가였지만, 서얼 출신이라는 신분적 한계 때문에 세상에 나아가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한 불우한 인물이었다. 이달은 평소 양반 사대부 중심의 권력과 신분 사회에 대한 비판을 꺼리지 않았는데, 이러한 점이 허균에게 자연스레 이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허균은 탁월한 재능을 지닌 이달을 통해 신분 및 적서 차별의 모순을 뼈저리게 통감하면서 부정적인 현실에 대한 강한 비판 의식을 지니게 된다.
이러한 점은 통곡헌기에도 잘 드러나는데, 새집에 통곡헌이라는 이름을 내건 조카 허친의 행동을 비웃는 사람들에 대한 나무람, 나라의 정치가 어지럽고, 양반 사대부의 행실은 야박하고, 파당을 지어 싸우느라 친구간에도 서로 배척하는 세태에 대한 통렬한 비판, 그리고 중국 고사에 인용된 인물들이 오늘날 세태를 보면 통곡도 할 수 없을 지경이라는 신랄한 현실 인식은 바로 현실에 대한 허균의 비판 의식을 여실히 드러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허균의 산문 세계
허균이 활동한 조선 중기는 우리 산문사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로, 최립, 유몽인, 이정귀, 신흠, 장유, 이식과 같은 대가들이 등장하여 산문의 모범을 제시하였다. 이처럼 산문의 창작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드는 시기에 허균은 복고적 추세를 보인 당대의 흐름과 달리, 자유롭게 개성을 드러낸 문장을 창작하였다.


그의 산문은 대개 두 가지 경향으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짧은 형식의 척독(尺牘)이다. 그의 척독은 정서적이며 유머러스한 형식에 자유분방한 생활 모습을 담고 있으며, 동시에 냉소적이며 혁명적인 발언도 담고 있다. 다른 하나는 사회 개조와 국가 혁신을 주장하는 논설문으로, 직설적 어법을 통해 부조리한 현실을 비판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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