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문학정보입니다.
오늘은 악장.언해.한시 중 정약용의 한시 견여탄 작품을 배워보도록 하겠습니다.
악장.언해.한시의 작품의 주제 내용은 부당한 현실, 관리 비판 입니다. 그럼 상세한 내용은 밑에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정약용의 한시 견여탄
정약용의 한시, 견여탄
정약용의 한시, 견여탄(肩輿歎)(가마꾼의 탄식)<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작품 감상하기
1.
人知坐輿樂 사람들 가마 타는 즐거움은 알아도,
不識肩輿苦 가마 메는 괴로움은 모르고 있네.
肩輿山峻阪 가마 메고 험한 산길 오를 때면,
捷若躋山麌 빠르기가 산 타는 노루와 같고
肩輿下懸崿 가마 메고 비탈길 내려올 때면,
沛如歸苙羖 우리로 돌아가는 염소처럼 재빠르네.
肩輿超谽谺 가마 메고 깊은 골짜기 건너갈 때면,
松鼠行且舞 다람쥐도 덩달아 같이 춤추네.
側石微低肩 바위 옆을 지날 때에는 어깨 낮추고,
窄徑敏交股 오솔길 지날 때에는 종종걸음 걸어가네.
絶壁頫黝潭 검푸른 저수지 절벽에서 내려다볼 때는,
駭魄散不聚 놀라서 혼이 빠져 아찔하기만 하네.
快走同履坦 평지를 밟듯이 날쌔게 달려,
耳竅生風雨 귀에서 바람 소리 쌩쌩 난다네.
2.
所以游此山 이 산에 유람하는 까닭인즉슨,
此樂必先數 이 즐거움 맨 먼저 손꼽기 때문이네.
紆回得官帖 근근히 관첩(官帖)을 얻어만 와도,
役屬遵遺矩 역속(役屬)들은 법대로 모셔야 하는데
矧爾乘傳赴 하물며 말 타고 행차하는 한림(翰林)에게,
翰林疇敢侮 누가 감히 못 하겠다 거절하리오.
領吏操鞭扑 고을 아전은 채찍 들고 감독을 맡고,
首僧整編部 수승(首僧)은 격식 차려 맞을 준비하네.
迎候不差限 높은 분 영접에 기한을 어길쏘냐,
肅恭行接武 엄숙한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네.
3.
喘息雜湍瀑 가마꾼 숨소리 폭포 소리에 뒤섞이고,
汗漿徹襤褸 해진 옷에 땀이 베어 속속들이 젖어 가네
度虧旁者落 외진 모퉁이 지날 때 옆에 놈 뒤 처지고,
陟險前者傴 험한 곳 오를 때엔 앞에 놈 허리 숙여야 하네.
壓繩肩有瘢 밧줄에 눌리어 어깨에 자국나고,
觸石趼未瘉 돌에 채여 부르튼 발 미쳐 낫지 못하네.
自痔以寧人 자기는 병들면서 남을 편케 해 주니,
職與驢馬伍 하는 일 당나귀와 다를 바 하나 없네.
爾我本同胞 너나 나나 본래는 똑같은 동포이고,
洪勻受乾父 한 하늘 부모 삼아 다 같이 생겼는데,
汝愚甘此卑 너희들 어리석어 이런 천대 감수하니,
吾寧不愧憮 내 어찌 부끄럽고 안타깝지 않을쏘냐.
吾無德及汝 나의 덕이 너에게 미친 것 없었는데,
爾惠胡獨取 내 어찌 너의 은혜 혼자 받으리.
兄長不憐弟 형이 아우를 사랑치 않으니,
慈衷無乃怒 자애로운 어버이 노하지 않겠는가.
僧輩猶哿矣 중들은 그래도 나은 편이요.
哀彼嶺下戶 영하호(嶺下戶) 백성들은 가련하고나.
4.
巨槓雙馬轎 큰 깃대 앞세우고 쌍마(雙馬) 수레 타고 오니,
服驂傾村塢 촌마을 사람들 모조리 동원하네.
被驅如犬鷄 닭처럼 개처럼 내몰고 부리면서,
聲吼甚豺虎 소리치고 꾸중하기 범보다 더 심하네.
乘人古有戒 예로부터 가마 타는 자 지킬 계율 있었는데,
此道棄如土 지금은 이 계율 흙같이 버려졌네.
耘者棄其鋤 밭가는 자 징발되면 호미 내던지고,
飯者哺而吐 밥 먹는 자 징발되면 먹던 음식 뱉어야 해.
無辜遭嗔暍 죄 없이 욕먹고 꾸중들으며,
萬死唯首俯 일만 번 죽어도 머리는 조아려야.
顦顇旣踰艱 병들고 지쳐서 험한 고비 넘기면,
噫吁始贖擄 그 때야 비로소 포로 신세 면하지만,
浩然揚傘去 사또는 일산(日傘)쓰고 호연(浩然)히 가 버릴 뿐,
片言無慰撫 한 마디 위로의 말 남기지 않네.
力盡返其畝 기진 맥진하여 논밭으로 돌아오면,
呻唫命如縷 지친 몸 신음 소리 실낱같은 목숨이네.
欲作肩輿圖 이 가마 메는 그림 그려,
歸而獻明主 임금님께 돌아가서 바치고 싶네.
시어와 시구풀이
肩輿歎(견여탄) : 견여는 두 사람이 앞뒤에서 메는 가마, 가마꾼의 탄식이라는 의미
谽谺(함하) : 골짜기
松鼠(송서) : 다람쥐
官帖(관첩) : 호장(戶長)에서 준 임명장
役屬(역속) : 부역을 담당하도록 속해 있는 관리
嶺下戶(영하호) : 산봉우리 아래의 고을의 지칭
근근히 관첩(官帖)을 얻어만 와도, 역속(役屬)들은 법대로 모셔야 하는데 : 관첩은 호장에게 내려주는 임명장인데, 이런 공문서 수발 역할을 맡은 관아의 하급관리조차도 가마로 모셔야 하는 규정을 사례로 들어 고통스런 생활상을 말하고 있다.
너나 나나 본래는 똑같은 동포이고, 한 하늘 부모 삼아 다 같이 생겼는데 : 당시의 엄격한 신분제 사회에서 대단히 진보적인 의식이 드러나는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대부 신분인 작가 자신이나 가마를 메고 뛰어다니는 가마꾼이나 한 동포이자 같은 하늘 아래에서 부모를 통해 태어났는데 어찌하여 그리 다른 삶을 살아가는가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제기하고 있다.
이 가마 메는 그림 그려, 임금님께 돌아가서 바치고 싶네 : 소외된 백성들이 살아가는 고단한 삶을 임금님께 바치겠다는 뜻이다. 이 구절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하나는 백성들의 고충을 임금께 알리어 은혜를 베풀 수 있도록 하는 계기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임금 또한 백성들에게 가마를 메도록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경계의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핵심 정리
▶연대 : 조선 순조, 1832년
▶갈래 : 한시(漢詩), 칠언배율
▶성격 : 사실적, 묘사적, 비판적, 풍자적
▶제재 : 가마꾼으로 징집당한 백성들
▶주제 : 부당한 사회 현실과 관리들의 횡포에 대한 고발과 비판
구성 : 내용 전개상 전4단락으로 구분
제1단락(114행)은 가마꾼의 고통을 말하고 있다. 사람들이 가마 타는 즐거움은 알아도 가마 메는 괴로움은 모른다는 내용의 "人知坐輿樂(인지좌여락)/不識肩輿苦(불식견여고)"로 시작해 가마꾼의 행동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제2단락(1524행)에서는 백성들의 안타까운 사정을 말하고 있다. 지체높은 관리들의 영접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가마를 메야 하는 백성들의 딱한 사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제3단락(2542행)은 가마꾼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고발하고 있다. 가마꾼 숨소리 폭포소리에 뒤섞인다는 내용의 "喘息雜湍瀑(천식잡단폭)"으로 시작해 당나귀와 다를 바 없이 천대 당하는 가마꾼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고발하며, 관인들의 행차 때 가마를 메야 하는 영하호(嶺下戶) 백성들이 가련하다고 노래한다. 여기서 작가는 사람은 모두 같은 하늘을 부모 삼아 생겨났음을 상기시키며, 신분제의 모순을 부분적으로나마 지적함으로써 시대를 앞서가는 선진의식을 보여준다.
제4단락(4360행)에서는 관리들의 부도덕성과 대비되는 가마꾼들의 고충을 고발하고 있다.
생업에 종사하는 백성들을 마구잡이로 징발하는 관리들의 부도덕성을 고발하면서 가마꾼들의 힘겨운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임금에게 보이고 싶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한다.
작품에 대한 평가
이 시는 관리가 타는 가마를 메고, 산으로 올라가는 영하호(嶺下戶) 주민들의 고통을 생생하게 묘사함으로써, 백성들의 어려움을 살피지 않는 관리들의 도덕적 무감각을 역설적으로 비판한 풍자적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당대의 사회상을 시의 소재로 택해 신분제도의 부당함을 부각시킨 점에서 실학자 정약용의 진보적인 의식을 엿볼 수 있으며, 형식적인 면에서도 우리말 노래의 특성을 살리고자 노력한 점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해와 감상
전체 60행으로 이루어진 장시(長詩)로, 정통 한시의 격식에서 벗어나 시의 소재와 표현에서 독특한 성격을 이루고 있다. 시의 제재는 가마꾼으로 징집 당한 백성들이며, 주제는 부당한 사회현실과 관리들의 횡포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모순된 시대 현실에 대한 정약용의 비판적 태도를 분명하게 감지할 수 있다.
작가는 먼저 관리의 가마를 메고 산으로 올라가는 영하호(嶺下戶) 주민들의 고통을 생생하게 묘사한 후, 가마 타는 즐거움은 알아도 가마 메는 괴로움은 모르는 관리들의 도덕적 무감각을 강하게 질타한다. 이런 비판 속에는,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부당한 행위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작자의 진보적인 의식이 숨어 있다. 작가는 이러한 논리를 임금에게까지 적용시킨다. 어떤 면에서 보면 임금이야말로 백성들에게 가마 메는 괴로움을 강요하는 가장 핵심적인 주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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