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문학정보입니다.
오늘은 수필.민속극 중 이수광의 고전수필 침류대기 작품을 배워보도록 하겠습니다.
수필.민속극의 작품의 주제 내용은 침류대 예찬 입니다. 그럼 상세한 내용은 밑에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이수광의 고전수필 침류대기
이수광의 수필, 침류대기
정업원동(淨業院洞.비구니 절이 있던곳)이 창덕궁(昌德宮) 서쪽에 있어 숲과 골짜기가 깊고 그윽한데, 그 속에서 시냇물이 흘러나와 한적하고 고즈넉한 풍치가 있었다. 내가 일찍이 실록국(實錄局)에서 근무할 적에 아침저녁으로 이곳을 지나갔지만 직무에 얽매여서 한 번도 그 승경을 제대로 구경하지 못해 통한스러울 뿐이었다.
하루는 내가 유생 희경(劉生希慶)을 따라 금천교(錦川橋) 위에 나갔다가 냇물이 한창 불어나 떨어진 붉은 꽃이 무수히 떠내려 오는 모습을 보고는 기뻐하며 말하기를,
“무릉도원(武陵桃源)이 어쩌면 여기에 있는가 봅니다. 내가 장차 이 냇물을 따라 거슬러 올라간다면 진(秦)나라 난리를 피해 온 사람들과 만나 한바탕 웃을 수 있을까요?” 하자, 유생(劉生)이 빙그레 웃으며 이르기를,
“이 시내의 상류(上流)는 바로 내가 거처하는 곳입니다. 누대 하나가 그 터를 베고 서 있으며 복사꽃은 활짝 피었다가 비바람에게 질투를 받아 경박한 모습을 면치 못했습니다. 공이 만약 와서 구경한다면 청컨대 제가 동도주(東道主.주인 혹은 주인 역할을 하는 사람)가 되겠습니다.” 하여, 내가 또 기뻐하며 이르기를,
“그대는 참으로 진나라 난리를 피해 무릉도원에서 숨어 살고 있는 사람이요.” 하고는, 마침내 그의 뒤를 따라갔는데, 1백여 걸음을 채 가지 않아 우측으로 돌아서자 별세계가 펼쳐지니, 바로 유생이 거처하는 곳이었다.
흐르는 물은 맑고 시원하여 사랑스러웠고, 돌을 쌓아 누대를 만들었는데 물과 떨어진 거리가 겨우 한 척(尺) 남짓이었으니, 곧 이른바 침류대(枕流臺)라는 것이다. 누대 위아래에는 모두 잡목이 없고 어여쁜 복사나무 수십 그루만 물가 좌우로 늘어서 있어 붉은 꽃비가 허공에 흩날리고 비단 물결이 춤을 추는 듯하니, 옛날의 무릉도원도 이보다 화려하지 않을 것이다. 조영(祖詠.盛唐시인)의 시에 이른바 “어찌 알았으랴 무릉의 정취가, 완연히 여기에 있을 줄을.[寧知武陵趣 宛在市朝間]”이라고 한 말이 어찌 미덥지 않겠는가.
옛날에 유신(劉晨.전설에 약초를 캐러 갔다가 선녀를 만나 혼인한 후 반년 만에 고향이 그리워 돌아와 보니, 이미 많은 세월이 흘러 아는 사람이 없었다)이란 자가 천태산(天台山)의 도원(桃源)에 들어갔다가 선녀(仙女)를 만나 돌아오지 않았는데, 유생은 바로 유신의 무리일 것이다. 내가 지금 다행스럽게 이러한 선경(仙境)을 엿보아 오히려 무릉(武陵)의 어부(漁夫)와도 견주어질 수 있는데, 이 누대를 함께 베고 흐르는 물로 한번 양치질한들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이에 유생과 서로 함께 한바탕 크게 웃고 이어 바닥에 자리 깔고 앉아 있노라니,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귀에 들어와 물은 구태여 베지 않아도 그 소리를 들을 수 있고, 귀는 번거로이 씻지 않아도 자연히 깨끗해졌다. 그리하여 티끌 한 점에도 물들지 않아 온갖 상념이 모두 사라짐으로써 사람으로 하여금 신기(神氣)를 쇄락하게 하여 흡사 바람을 타고 날아올라 속진(俗塵) 밖에 서 있는 것만 같았으니, 참으로 그지없이 즐거웠다.
또 내가 이곳을 구경하고서 유생의 진면목을 알 수 있었다. 이 시냇물은 거마(車馬)가 분주히 다니는 곳과 지척 사이에 있지만 숲 속에 자신을 감추기를 마치 형체를 숨기고 광채를 감추었던 옛 은사(隱士)의 행위처럼 하고, 게다가 그 물의 흐름은 얕고 좁지만 능히 맑고 깨끗하여 더러움에 물들지 않아 군자(君子)의 덕(德)과 유사하다. 그러니 유생이 대은(大隱)에다 스스로를 견주고 누대의 이름을 침류(枕流)로 한 것은, 그 뜻이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 물의 쌓음을 본보기 삼아 자신의 근원을 깊게 하고, 물의 깨끗함을 거울 삼아 자신의 본성을 맑게 하여 자취를 감추는 데 과감하지 말고 덕을 완성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니, 나는 이를 유생에게 바란다.
다만 참으로 안타깝게도, 유생은 낮은 신분에 처하여 사람들에게 베풀 만한 것이 있어도 흘러보내지 못하고 있다. 쌓아두기만 할 뿐 흘러보내지 못하고, 흐르는 물을 베고 지내며 스스로 즐거워할 뿐이니, 참으로 가련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공자(孔子)께서 말씀하기를 “팔을 굽혀 베더라도 즐거움은 또한 그 가운데 있다.[曲肱而枕 樂在其中矣]” 하였으니, 유생이 비록 곤궁한 상황에 처해 있지만 그 즐거움을 고치지 않는다면 또한 도(道)에 가까울 것이다.
이러한 나의 말에 유생이 즐거워하며 이르기를, “내가 오늘에야 즐거워할 바를 알았습니다.”라고 하였다.
핵심정리
▶갈래 : 고전수필, 기(記)
▶성격 : 체험적, 예찬적, 서경적, 서정적
▶제재 : 침류대의 빼어난 경관
▶주제 : 침류대의 아름다운 경관에 대한 예찬
▶특징 :
작가 자신이 경험한 것을 토대로 씀
이해와 감상
작가가 창덕궁 근처에 있던 유희경의 거처인 침류대를 방문해 주변의 경치를 보고 생각한 바를 기록한 글이다. 침류대가 있던 곳은 맑은 물이 흐르고 청정해 유희경은 여러 문인들을 이곳에 초청해 교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인들은 침류대의 아름다움에 대해 시나 산문을 남겼는데, 이 글은 그 중의 하나이다. 일상적인 생활공간에서 아름다운 경치를 접하며 이를 통해 동양적 이상향을 연상하는 발상은 진정한 미의식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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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제목록
2020년 10월 전국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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