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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의 고전수필 발승암기 해석 해설

by bloggermin2 2023. 3. 15.

안녕하세요, 문학정보입니다.

오늘은 수필.민속극 중  박지원의 고전수필 발승암기 작품을 배워보도록 하겠습니다.

수필.민속극의 작품의 주제 내용은 김홍연의 방탕한 삶 입니다. 그럼 상세한 내용은 밑에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박지원의 고전수필 발승암기

박지원의 고전수필 발승암기

 

박지원의 고전수필, 발승암기(髮僧菴記) 김홍연이라는 사람의 호, 늘 불당에 의지하고 살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 것임)

내가 동쪽으로 풍악산(楓嶽山)을 유람할 때 그 동구에 들어서자마자 옛사람과 지금 사람들이 이름을 써 놓은 것이 보였는데, 크게 쓰고 깊이 새겨진 것이 조그마한 틈도 없이 마치 구경판에 어깨를 포개 선 것 같고 교외의 총총한 무덤과 같았다. 오래 전에 새긴 글씨가 겨우 이끼에 묻히자 새 글씨가 또 인주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무너진 벼랑과 갈라진 바위에 이르니 깎아지른 듯 천 길이나 높이서 있어, 그 위에는 나는 새의 그림자조차 끊겼는데도 홀로 김홍연(金弘淵)이란 세 글자가 남아 있었다. 나는 실로 맘속으로 이상히 여기고 자고로 관찰사의 위세는 족히 사람을 죽이고 살릴 수 있으며, 양봉래(楊蓬萊)는 기이한 경치를 좋아하여 그분의 발자취가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런데도 이곳에 이름을 남기지는 못했거늘, 저 이름 써 놓은 자가 도대체 누구기에 석공을 시켜 다람쥐, 원숭이와 목숨을 다투게 했단 말인가?라 했다.

그 후에 나는 국내의 명산을 두루 유람하여 남으로는 속리산, 가야산에 오르고, 서로는 천마산, 묘향산에 올랐다. 외지고 깊숙한 곳에 이를 때마다 나는 세상 사람들이 오지 못한 곳을 나만이 왔노라고 스스로 생각하곤 하였다. 그러나 노상 김이 써 놓은 것을 발견하고는 그만 화가 치밀어, “홍연이 어떤 작자길래 감히 이다지도 당돌한가?”라고 욕을 했다.

무릇 명산에 노닐기를 좋아하는 자는 지극한 위험을 무릅쓰고 많은 어려움을 물리치지 않으면 절경을 찾아낼 수 없다. 나 또한 평상시 지난날의 발자취를 추억할 때면 벌벌 떨면서 스스로 후회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다시 산에 오르게 되면 전번의 다짐이 어느새 온데간데없어지고 험준한 바위를 딛고 깊은 골짜기를 내려다보며 썩은 잔교(棧橋)와 앙상한 사닥다리에 몸을 의지하기도 한다. 

왕왕 천지신명께 속으로 빌면서 오히려 다시 돌아가지도 못할까 벌벌 떨며 두려워하기도 하는데, 그런 곳에도 사슴 정강이 크기만 한 큰 글자가 인주로 메워져 늙은 나뭇가지와 해묵은 칡덩굴 사이로 보일락말락 서려 있다 하면 반드시 김홍연 석 자였다. 그런데 이때에는 도리어 마치 위험하고 곤경에 처했을 때 옛 친구를 만난 듯 기뻤으며, 그로 인해 힘을 내어 기어 올라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였다.

평소에 김의 행적을 아는 사람이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김은 바로 왈짜인데 왈짜란 대개 항간에서 방탕하고 물정 모르는 자를 일컫는 말로서 이른바 검사, 협객의 부류와 같소. 그는 젊은 시절에 말달리기, 활쏘기를 잘하여 무과에 급제했고 힘도 능히 호랑이를 죄어 죽일 만하며, 기생 둘을 양옆에 끼어 두어 길 되는 담장을 뛰어넘을 수도 있었다오. 녹록하게 벼슬 구하기를 즐겨하지 않았으며 집이 본래 부유해서 돈 쓰기를 더러운 흙같이 하였다오. 고금의 법서, 명화, 칼, 거문고, 이기(彛器)*, 기이한 화초들을 널리 수집하였으며, 한번 맘에 드는 것을 만나면 천금도 아끼지 않아 준마와 이름난 매가 늘 그의 좌우에 있었지요. 

이제는 늙어서 백발이 되자 송곳과 끌을 주머니에 넣고 명산을 두루 노닐어 이미 한라산을 한 번 들어갔고 장백산을 두 번이나 올랐는데 그때마다 자신의 이름을 손수 돌에다 새겼으니, 후세 사람들로 하여금 이 사람이 있는 줄을 알게 하려는 것이라 하오.”

나는 물었다. “이 사람이란 누구를 말하는 것이오?”
“김홍연이오.”
“이른바 김홍연이 누구요?”
“자가 대심(大深)이지요.”
“대심이란 누구요?”
“발승암이라 자호(自號)하는 사람이오”
“이른바 발승암은 누구요?”

애기하던 사람이 답이 막히자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옛날에 장경(長卿)이 무시공(無是公)과 오유선생(烏有先生)을 설정하여 서로 힐난하게 한 바 있었소. 지금 내가 그대와 함께 오래된 암벽과 흐르는 물 사이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 문답을 하고 있으니, 훗날에 서로 생각해보면 모두 오유선생이 될 터인데 이른바 발승암이란 이가 어디 있겠소?”

그가 발끈해서 얼굴에 노기를 띠고 말했다.

“내가 어찌 황당한 말로 꾸며 내었겠소? 이 사람은 정말로 있었소.”
나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그대는 너무나 집요하군. 옛날 왕개보(王安石)가 극진미신(劇秦美新)이란 작품을 변증하여, 틀림없이 곡자운(谷子雲)의 저작이지 양자운(揚子雲)의 저작이 아니라 했소. 그랬더니 소자첨(蘇軾)은 서경(長安)에 과연 양자운이란 인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조차 모르겠다고 했소. 저 두 사람의 문장이 당대에 빛나고 이름이 역사에 남아 있건만, 후세에 옛일을 논하는 사람들이 그래도 이와 같은 의심을 가졌거늘, 하물며 심산궁곡 중에 헛된 명성을 남겨 바람에 삭고 비에 부스러져 백 년이 못 가서 마멸되는 것에 있어서리오.” 이 말을 듣고 그 또한 크게 웃고 떠나갔다.

이로부터 9년 후에 나는 평양에서 김을 우연히 만났다. 뒤에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이가 김홍연이오“라고 말해 주는 사람이 있기에 내가 그의 자를 부르면서, “대심, 그대가 발승암이 아닌가?” 하였더니, 김 군이 고개를 돌려 뚫어지게 보더니 말했다. “그대가 나를 어떻게 아오?” “옛날 만폭동에서 벌써 그대를 알았네, 그대의 집은 어디 있는가? 옛날 모은 것을 지금도 꽤 가지고 있는가?” 

김 군이 허탈한 표정으로 말했다. “집이 가난하여 다 팔아넘기고 말았소.” “왜 발승암이라 부르는가?” “불행히도 몹쓸 병에 온몸이 훼손되고 늙은 몸에 아내도 없어 늘 불당에 의지하고 살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 것이오.” 그의 말과 행동을 살펴보매 옛날의 기질이 아직도 남은 것이 있었으니, 내가 그의 젊었을 대를 보지 못한 것이 애석하도다!

하루는 그가 내가 묵고 있던 집으로 찾아와서 청했다. “내가 이제 늙어서 다 죽게 되었소. 마음은 벌써 죽고 터럭만 남았으며, 거처하는 곳은 모두 승암이오. 그대의 글에 의탁하여 후세에 이름이 전해지기를 원하오” 나는 그가 늙어서도 자신의 포부를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을 슬프게 여겨, 드디어 예전에 유람중에 만났던 사람과 문답한 것을 써서 돌려주고 또 그를 위해 다음과 같은 게(揭)를 설하였다.

까마귀는 새마다 검은 줄 믿고,
백로는 딴 새가 희지 않음을 의아해하네.
검은 놈 흰 놈이 저마다 옳다 여기니
하늘도 그 송사에 싫증나겠군
사람은 다 두 눈이 달려 있지만
애꾸는 눈 하나로도 능히 보는걸
어찌 꼭 쌍이라야 밝다 하리오
어떤 나라 사람은 한 눈뿐이네
두 눈도 오히려 적다고 불만족하여
이마에 덧눈을 달기도 하고
더구나 저 관음보살은 
변신하면 눈이 천 개나 되네
달린 눈이 천이랬자 별거 있겠나
소경도 검은 것은 볼 수 있는데
김 군은 불구의 몸으로
부처에 의지하여 살아간다네
돈 쌓아 놓고 쓸 줄 모른다면
비렁뱅이 가난과 뭐가 다르리
중생은 다 제멋으로 사는 법
애써 본뜰 건 없지 않은가
대심(大深)은 중생과 달리했기에
이로써 서로를 의심한 게지

***
붓이 춤을 추고 먹방울이 뛰노니 <시경>의 이른바 “복소리 두둥둥 울리거늘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창을 겨룬다”는 것이 아마 이를 두고 이름인저.
*인용: 박지원 지음 신호열, 김명호 옮김 연암집(상) pp.122128
*이기 : 고대 종묘 제사에서 사용하던 종정류를 이른다.
*삼선 평어(評語): 벌써 여러번째 읽고 또 읽지만 평어를 달 수 없는 글이다. 이름이란 억지로 얻으려 해도 얻을 수 없고, 얻지로 얻지 않는다 해서 얻지 않는 것도 아닌데, 이름을 위해 한 평생을 바친 사람이 여기에 있다니. 김홍연에게 있어 이름은 김홍연의 본모습이 아니라 김홍연이라는 소리에 있었다. 그 소리가 뜻이 되기 위해서는 알림이 있어야 하고, 그 알림은 그저 얻는 것이 아니다.

핵심정리
▶갈래 : 고전수필
▶성격 : 사실적
▶주제 : 김홍연의 방탕하고 세속적인 삶
▶특징 :
인물의 과거와 현재의 삶을 구별하여 그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생소해 보이는 단어의 뜻을 풀이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인물의 특정한 성격에 초점을 맞추어 다양한 행적들을 배열하고 있다.
타인의 전언을 간접적으로 인용하여 한 인물의 인간됨을 드러내고 있다.

이해와 감상
연암 박지원이 쓴 글로 실존인물인 김홍연에 대해 들은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김홍연은 방탕하고 세속적인 인물로, 젊은 시절에는 벼슬자리를 얻으려 하지 않고 방탕하게 살았으며, 늙어서는 자신의 이름을 남기기 위해 산을 올라 손수 바위에 자기 이름을 새기며 일생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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