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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흡의 설 낙치설 해석 해설

by bloggermin2 2023. 4. 23.

안녕하세요, 문학정보입니다.

오늘은 수필.민속극 중  김창흡의 설 낙치설 작품을 배워보도록 하겠습니다.

수필.민속극의 작품의 주제 내용은 삶에 대한 성찰, 의지 입니다. 그럼 상세한 내용은 밑에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김창흡의 설 낙치설

김창흡의 설 낙치설

 

김창흡의 설, 낙치설

김창흡의 설, 낙치설(落齒說)

나는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하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읽지 못한 책이 많으니 이제부터라도 만년의 세월을 보내기 위하여 아침저녁으로 시골 풍경을 바라보며 흥얼흥얼 글이나 낭독하려 한다. 그리하여 깜깜한 길을 촛불 하나로 밝히듯 인생의 근원을 음미하려 하는 바이다. 그래서 책을 펴고 읽기 시작하자 이가 빠져 벌어진 입 사이로 흘러나오는 소리가 마치 깨진 종소리 같아서, 바르고 느린 마디가 분명하지 않고 맑고 흐린소리가 구분되지 않으며 소리의 높낮이도 분간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낭랑한 목소리를 내려고 하였으나 결국 소리가 말려들어 가고 만다. 나는 쓸쓸히 읽던 책을 덮어 버렸다. 그러자 마음은 점점 게을러져 갔다. 인간의 근원을 찾으려는 이 마음을 무엇으로 유지한단 말인가? 이것이 이가 빠지고 난 뒤에 나의 마음을 가장 슬프게 하는 바이다. 
그동안 겪어 온 인생을 돌이켜 생각해 본다. 내가 비록 늙었다고 하나 몸이 가볍고 건강한 것만은 자신했었다. 걸어서 산에 오르거나 말을 타고 며칠 동안 쉬지 않고 천릿길을 가도 다리가 아프다거나 등이 뻣뻣해지는 일이 없어서 내 나이 또래들과 비교해 볼 때에 누구보다 낫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만족해하였다. 그리하여 노쇠한 것도 잊고 건장하다고 자부하였으며, 어떤 일을 당하여도 겁내지 않고 달려들어 처리하였으며, 마음이 내키면 아무리 먼 길이라도 달려갔다가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오곤 하였다. 그리고 스스로 벌여 놓은 일이 너무 많아서 수습할 수 없게 되자 나는 내 몸을 이 시골구석에 숨겨서 평생 문 밖에도 나가지 않겠다고 결심하고는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마음은 마치 버릇처럼 되어서 저녁이면 후회하면서도 아침이면 다시 되풀이하여 일을 벌이곤 하였다. 이는 자신이 할 일에 대해 나이에 따라 표준을 세워 놓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갑자기 얼굴이 일그러지고 볼품없는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나타나면 모두들 놀라고 또 내 처지를 슬퍼할 것이니, 내 아무리 잠시나마 내가 늙었음을 잊으려고 한들 될 수 있는 일이겠는가? 이제부터라도 나는 노인으로서 분수를 지켜야겠다. 
옛날 성인들의 예법에 사람이 예순 살이 되면 지팡이를 짚고 다니며, 군대의 일에 종사하지 않으며, 새삼스레 학문과 친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였다. 나는 일찍이 [예기(禮記)] 를 읽었으나 여기에 대한 이론에는 동의하지 않고 함부로 일을 저지르곤 하였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동안 먹었던 마음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조용히 들어앉아서 만년을 맞이해야겠다. 빠진 이가 나의 어리석은 마음을 깨닫게 해 준 것이다. 
옛날 성리학의 창시자인 주자(朱子)도 눈이 어두워진 것이 계기가 되어 마음과 성품을 기르는데 전념하게 되었으며, 그렇게 되자 더 일찍이 눈이 어두워지지 않았음을 한탄하였다. 아마 그것이 바로 이가 빠진 나의 심정일 듯하다. 모양이 일그러졌으니 조용히 들어앉아 분수를 지켜야 하고, 말소리가 새니 함부로 떠들지 말아야 하며, 고기를 씹기 어려우니 부드러운 음식을 먹어야 하며, 글 읽는 소리가 낭랑하지 못하니 그냥 마음속으로나 읽어야겠다. 
조용히 들어앉아 있으면 정신이 안정되고, 말을 함부로 하지 않으면 실수가 적을 것이며, 부드러운 음 식만 먹으면 복을 온전히 가질 것이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글을 읽으면 조용한 가운데 인생의 도를 찾을 수 있을 터이니 그것의 편리함이 또한 많지 않은가? 그러니 늙음을 잊고 함부로 행동하는 자는 경망한 자이고, 늙음을 한탄하며 슬퍼하는 자는 속된 사람이다. 경망하지도 않고 속되지도 않으려면 늙음을 편히 여겨야 하는데, 늙음을 편히 여긴다는 것은 마음 내키는 대로 휴식한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담담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다가 미련 없이 죽음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눈으로 보는 감각의 세계에서 초탈하여 죽음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이 곧 인생을 즐겁게 사는 일일 것이다. 

* 팔풍(八風) : 팔음을 팔풍이라 한 듯함. 팔음은 악기를 만드는 재료에 따라 나눈 아악(雅樂)에서 쓰는 여덟 가지 악기. 또는 그 각각의 소리.
* 예기(禮記) : 유학 오경(五經)의 하나로, 의례의 해설 및 음악 · 정치 · 학문에 걸쳐 예의 근본 정신에 대해 서술함.
* 주자(朱子) : 주희(朱熹, 1130  1200)를 높여 이르는 말. 주희는 중국 송나라의 유학자로, 도학(道學)과 이학(理學)을 합친 이른바 송학(松鶴)을 집대성함.
* 전심(專心) : 마음을 오로지 한곳에만 기울임.

핵심정리
▶갈래 : 고전수필, 설(說)
▶연대 : 조선 숙종 45년(1719)
▶성격 : 체험적, 반성적, 성찰적
▶주제 : 낙치를 계기로 한 지난 삶에 대한 성찰과 새로운 삶의 자세 다짐 
▶의의 : 자신에게 닥친 좋지 않은 일을 긍정적으로 바꾸어 수용하는 지혜가 드러나 있음.
▶특징
사실(체험)과 의견(깨달음)의 2단 구성을 취함.
낙치를 계기로 지나온 삶을 반성하며 앞으로의 삶의 자세를 다짐함.
선인들의 예법과 주자의 사례를 들어 설득력을 높임.
체험  성찰이라는 설(說)의 체계를 따르고 있음.
선인들의 예법, 권위 있는 사람(주자)의 사례를 인용하여 설득력을 높임.

구성
처음: 예순여섯이 되는 해에 앞니 한 개가 빠져 일상생활에 불 편한 일이 많아짐. 
중간: 지난 인생을 성찰하며 자신의 분수를 인식함. 
끝 : 삶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마음과 성품을 기르는 데에 전념하겠다고 결심함. 

*전반부 : 이가 빠지고 난 뒤 생긴 변화로 인해 마음이 슬퍼진 글쓴이는 나이에 맞지 않게 생활했던 지난날을 반성한다.
*후반부 : 이가 빠짐으로써 노인으로서의 분수를 비로소 알게 되고, 본심을 잃지 않고 인생을 즐겁게 살겠다고 결심한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나이가 들어 이가 빠지게 되자 그동안 나이에 맞지 않게 생활한 자신을 반성하고 안정된 정신과 성품으로 새로운 인생의 도를 찾을 것을 결심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수필이다. 글쓴이는 이가 빠져 책을 제대로 소리 내어 읽지 못하게 된다. 이는 인생의 근원적 의미를 찾기 위해 독서를 즐기는 글쓴이에게 심각한 사태로 인식된다. 그러나 글쓴이는 이러한 시련에 절망하지 않는다. 삶의 어느 순간에나 찾아올 수 있는 시련에 굴하지 않고 그 시련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인생의 의미와 자세를 새롭게 깨닫는 글쓴이의 성찰이 돋보이는 글이다. 

<추가>
낙치설은 글쓴이가 예순여섯이 되던 해에 이가 하나 빠지게 된 일을 계기로 지난날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새로운 자세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내용의 수필이다. 글쓴이는 앞니 하나가 빠져 변해 버린 자신의 얼굴을 보고 충격을 받고 마음을 다잡으면서도 한편으로 음식을 먹거나 책을 읽을 때 많은 불편을 겪는다.
이 경험을 통해 자신의 지난 삶을 되돌아보며 나이에 맞지 않게 생활해 왔던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고, 노인으로서 분수를 지키며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 근거로 선인들의 예법과 주자의 삶을 제시하면서 네 가지의 불편함  조용히 들어앉아 있어야 하고, 침묵을 지켜야 하고, 부드러운 음식을 먹어야 하고, 글을 마음속으로 읽어야 하는 것  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 알아보기
▲낙치설에 나타난 글쓴이의 인식 전환
글쓴이는 이가 빠진 것을 계기로 인식을 전환하여 나이가 들었음을 인정하고 현실을 용납하기로 한다. 늙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면 노망(老妄)이라 하고, 늙었음을 자꾸 한탄하면 천박한 법이니 세월이 흐르고 이에 따라 늙고 병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당연한 이치를 안다면 늙었다고 근심할 이유가 없으므로 글쓴이는 늙는다는 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기로 한다.

▲낙치설의 창작 동기와 신변 소사의 문학화
낙치설에는 앞니가 빠진 일의 충격과 슬픔이 묘사된 뒤 그를 통해 깨닫게 된 세상의 이치와 삶의 태도가 다채롭게 전개된다. 이가 빠지는 지극히 개인적인 체험으로부터 세계를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에까지 이르는 과정을 인상적으로 작품화한 것이다. 만약 이가 빠지는 체험과 그로 인한 상심에 대한 묘사 없이 뒷부분의 논술만 전개되었다면 공감의 폭은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체험의 진정성과 구체성, 그로 인한 정서적 교감을 통해 이 작품은 더 큰 설득력을 지니게 되었다.

출제목록
2022년 ebs수능특강
2019년 ebs수능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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